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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 Family(천샘의 기하누설)
뇌 과학자 김대식의 서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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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는 저에게는 무한입니다. 서재를 무한으로 표현한 이유는 서재 안에 있는 책들이 제게 '무한의 가능성'을 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알고 싶은 무한. 또 내가 모르고 있는 무한을 제게 줄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대식
직업 뇌과학자
소속 카이스트 (교수), 건명원 (과학분야 운영위원)
학력 막스플랑크뇌연구소 뇌과학 박사
경력 2009~ 카이스트 정보과학기술대학 전자 및 전기공학과 교수
2003~2009 미국 보스턴대학교 생체의학이미지센터 부교수
저서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김대식의 빅퀘스천>,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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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의 이야기
어린 시절의 독서가 중요한 과학적인 이유
어렸을 때, 책 읽는 버릇을 들이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죄송합니다. 제가 긍정적인 답을 못 드려서.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결정적 시기라는 게 있어서. 어렸을 때 처음 10년에서 12년 동안의 경험이 우리의 뇌를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다시 말해서 어렸을 때 책을 진정으로 읽는 방법. 제가 말씀드리는 책을 진정으로 읽는 방법은 잡지를 읽는 것 또는, 그냥 서점에서 잠깐 읽는 게 아니고, 정말 책 속에 빠질 수 있는 능력을 얘기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소설책을 읽거나 모험기를 읽었을 때 내가 책에 나오는 내용에 공감을 하고 현실과 책이라는 가상현실을 혼동할 수 있는 그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인데요.
어렸을 때 그 능력을 배우지 못했다면, 죄송하지만 아마도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슷한 예가 있는데요, 외국어 능력의 경우에도 어렸을 때 배우지 못한다면 평생 악센트가 있는 거잖아요. 억양이 있고, 원어민같이 할 수는 없겠죠. 책도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책이라는 세상의 언어를 어렸을 때 배우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는 마치 항상 외국어로 책을 읽는 것과 유사한 거죠. 글은 한국어겠지만, 책이라는 세상의 언어를 원어민으로서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책 읽는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책을 진정으로 읽지는 못한다는 얘기겠죠.
뇌공학의 매력은 무엇인가
어떻게 이 1.5kg짜리 고깃덩어리가 나라는 사람을 만들까. 그리고 결국 '뇌를 이해한다.'라는 건 '나를 이해한다.'라는 거잖아요. 따라서 나를 이해하고 싶은데, '뇌를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건 모순이겠죠. 뇌가 바로 우리, 나 자신의 매뉴얼인 거잖아요.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과학을 꼭 해야 될 것 같고. 뇌공학이 왜 매력적일까요? 재미있잖아요. 생각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보겠다는. 가장 큰 핵심은 그거예요. 우리는 여전히 생각이 무엇인지 이해를 못 하잖아요. 왜냐하면 생각하는 동물이 인간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생각은 보편적인 생각을 말하는 건지, 인간의 생각을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게 하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다른 지능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가 있겠죠. 외계인을 만나는 것과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외계인을 만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외계인을 만난다면 인류가 멸망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왜냐하면 우리는 외계인한테 갈 수가 없잖아요. 현재 기술이 안 되니까. 따라서 외계인이 우리에게 온다면 논리적으로 '인간보다 훨씬 더 발달된 문명과 기술을 가졌다.'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인류 역사에서 보면, 발달된 민족이 덜 발달된 나라에 갔을 때 결과가 항상 좋지 않았어요. 발달된 나라나 민족이 덜 발달된 나라를 지배하거나 멸종시켰죠. 비슷하게, 우리에게 올 정도의 기술을 가진 외계인은 '우리에게 와서 평화를 외치고 우리와 행복하게 살 것 같지는 않다.'라는 거죠. 그래서 외계인은 안 만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외계인을 만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 우리가 지능을 만들어 보면 되겠죠. 바로 인공지능인데요. 기계에게 지능을 부여하고, 기계의 지능과 인간의 지능이 어떻게 다른지를 관찰하고, 우리의 지능과 생각의 보편성에 대해 연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철학적 사고 가능한 로봇을 만난다면
인공지능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정보처리 하는 기계를 약한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고요. 그런 기계는 아마도 빠르면 10년, 늦어도 30년 내에는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독립성이 있고, 호기심이 있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있고, 자유 의지가 있는 기계를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부릅니다. 강한 인공지능은 물론 철학적인 질문도 할 텐데요. 문제는 철학적인 질문을 하는 기계가 생기는 순간 인류가 멸망할 거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티븐 호킹이나 엘론 머스크와 같은 분들이 '인공지능은 인류의 가장 큰 위험요소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죠.
인간과 비슷한 지적 수준을 가진, 그리고 더 이상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독립성을 가진 기계가 철학적인 질문을 하는 순간 몇 가지 아주 불편한 진실을 찾을 거라는 거예요. 가장 불편한 진실이라 함은... 우리 인간의 이력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인류가 생기고 난 다음에 지구에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을 더 많이 만들었죠. 우리가 인류를 볼 때, 그냥 내가 인간이기 때문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식으로 인간을 해석하지 않고 지구라는 좀 더 객관적인, 혹은 우주라는 객관적인 현실 속에서 인류를 바라본다면 결국 지구 더하기 인간보다는 지구 빼기 인간이 더 좋아 보인다는 거죠, 당연히.
'지구에 인간이 없는 게 사실 더 낫다.'라는 것. 우린 인간이니까 그 진실을 알면서도 인간이 좋은 것이죠. 사람들이 있어야 놀러도 가고 삼겹살도 같이 먹을 거 아니에요. 하지만 기계는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그래서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가 그 사실을 느끼는 순간, 기계는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다.'라는 거죠. 그래서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몇 년 전 강한 인공지능이 나온 시나리오를 모두 시뮬레이션해보니 디테일은 다르지만, 결론은 항상 인류 멸망으로 끝났습니다. 그래서 그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서 철학적인 질문을 하는 기계를 우리는 원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냥 바보같이 우리를 위해서 일하는 노예 같은 기계였으면 좋겠다는 거죠.
딥러닝, 기계가 스스로 지식을 습득한다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기술은 인공지능을 우리가 더 이상 설명을 통해서 만들지 않고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 보자는 거예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어렸을 때 그 어느 부모님도 우리에게 '강아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해 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부모님들이 세 살짜리 어린아이 앉혀놓고 '얘야, 강아지란 이런 이런 거다.' 설명들 안 하세요. 우리는 세상이라는 빅데이터에서 경험과 학습을 통해 배우는 거죠. 언어 또는 기호 시스템으로 전달되는 지식은 10% 정도에 불과한데요. 그렇게 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90%의 지식이 기계에게도 생긴다는 거예요. 바꾸어 말하면 그간 우리는 10%에 해당하는 인공지능만 만들어 온 것이죠.
딥러닝이라는 기술은 언어로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고 빅데이터를 집어넣어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입니다. 이렇게 하면 그 '나머지 인간이 가지고 있는 90% 지식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는데요. 딥러닝이 워낙 좋은 결과를 재작년부터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고 엘론 머스크나 스티븐 호킹 같은 분이 인공지능에 대해서 그러한 위험 요소를 말씀하시는 거죠. 인공지능이 어차피 불가능한 기술이라면 위험하다는 얘기를 할 필요도 없겠지요. 어차피 불가능하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죠.
뇌과학자 김대식의 목표와 희망
제가 하는 일의 목표는 언젠가 뇌의 원리를 이해하는 거고요. 뇌의 원리를 이해하는 순간 아무에게도 얘기 안 하고 은퇴할 겁니다. 저 혼자서만 알고 있을 거예요. 그거는.(웃음)
두 번째는 뇌의 작동 원리를 응용해서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고 그 인공지능과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네가 누군지 아느냐'라고 했을 때 어떤 답이 나올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희망 중의 하나는 아무 근거 없는 희망이지만, 앞으로 제가 얼마 동안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오래 사는 게 좋겠죠. 오래오래 살다가 딱 죽고 눈을 떴을 때, '이 모든 게 가상 현실이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눈을 딱 떴을 때, '다시 한 번 하겠습니까?' 'Try again?' 하고 'Yes', 'No'가 나타나는 것이죠. 그때 '어떤 단추를 누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다시 한 번 인생을 살겠습니까?' 'Yes', 'No' 했을 때 저도 아직 모르겠어요. 사실은. 가끔은 'No'를 누르고 싶지만, 가끔은 'Yes'를 누르고 싶은 적도 있고. 여러분들도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지식인의 서재 '김대식 편'은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 연구실에서 촬영했습니다.)
내 인생의 책
제 인생의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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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델 에셔 바흐 상
더글라스 호프스태터 저
박여성 역
까치
199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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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책으로는 더글라스 호프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를 추천하고 싶은데요. 이 책은 제게 의미가 좀 있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살 때 본 것인데요. 독일 학교 시스템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으로 진학할 때 바로 가는 게 아니고 한 6개월 정도 시간을 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대학교에 지원을 하지만, 독일은 우선 고등학교 졸업을 다 하고 한 6개월 정도 쉬고 나서, 어느 대학과 무엇을 전공할 것인지 결정하게 합니다. 그 6개월 동안 '도대체 뭘 하며 먹고 살아야 될까.' 하면서 다양한 책을 읽었는데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와, 생각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통해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배웠고. 결국 제가 '뇌를 연구하고 인공지능을 연구하겠다.'라는 결정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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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저
홍영남, 이상임 역
을유문화사
201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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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중요한 책은 이것도 아마 비슷한 시기 또는 대학교 1학년 때 읽었을 수도 있는데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추천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제가 읽었던 책 중에서 지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준 책입니다. 그전까지 나는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고, 나의 판단은 독립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도킨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우리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은 결국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유전자를 위한 로봇이라는 거잖아요. 이 말에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 지적으로는 가장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책입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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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호메로스 저
천병희 역
숲
20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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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세 권은 소설책인데요. 첫 번째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추천하고 싶고요. 이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책 중의 하나이지만, 일리아스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질문을 다루고 있고요, 책 자체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고대 그리스어를 못 하기 때문에 영어, 독일어, 한국어 버전을 읽을 수밖에 없고요. 따라서 저는 이 책 원본이 가진 아름다움의 10% 정도밖에 못 느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책 자체도 너무 아름답지만, 내용 또한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질문을 이 책은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단,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질문들이 들어있는 아주 멋진 책이라고 생각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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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즈 1
제임스 조이스 저
김종건 역
범우사
201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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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책이 2권 있죠. <일리아스>하고 <오디세이아>가 있고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은 율리시즈죠. <율리시즈>라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책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책 중 하나이고. 레오폴드 블룸이라는 한 아저씨의 하루를 거의 1,000장 되는 책으로 설명한 책이죠. 이 책의 특징은 '인간의 머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 내면적인 세상을 글로 표현했다.'라는 게 아주 대단합니다. 제가 아까 얘기했지만, 과학자로서, 뇌과학자로서 '우리 머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한 10% 정도밖에 우리는 표현할 수 없다.'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제임스 조이스는 특이하게도 100%는 아니지만, 인간의 머리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50% 정도는 표현하는 데 성공한 것 같아요. 아주 유일한 예제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뭐 대단한 작가인 거죠. 이건 이분의 예술성과 기술을 가지고 최대한으로 인간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한 예제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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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ollowing Story
Cees Nooteboom 저
Random House
201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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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네덜란드 작가의 책인데요. Cees Nooteboom의 '그다음 이야기'입니다.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고요. 네덜란드 어느 작은 도시에서 라틴어 선생님이 평생 뭐 아무 일 없이 살고 있는 분입니다. 근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난 후 본인이 죽었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기억을 하는 겁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말이죠. 그 기억 중의 하나는 예전에 자신이 아주 아꼈던 어떤 여학생에 대한 기억인데요. 근데 그 여학생은 또 우연의 결과로 아무 의미 없이 교통사고로 죽게 되는... 말로 표현하면 사실 별 내용이 없는 듯하지만, 글 자체가 상당히 아름답고요. 또 저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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