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Tags
- 판별식 실근 허근
- 점과 직선사이의 거리 내분점 외분점
- 탄천 종합 운동장 코로나 예방접종
- 복소수 실수부 허수부 복소수상등 복소수연산 켤레복소수
- 경우의수 약수의개수
- 직선의방정식 점과직선사이의거리 삼각형의넓이
- 이차부등식 연립이차부등식
- 부등식의 증명 연립부등식 절대부등식 산술기하평균 부등식
- 항등식 계수비교법 수치비교법 나눗셈원리
- 이차함수와 이차방정식 근의 분리
- 명제 필요조건 충분조건 필요충분조건
- 유리수 무리수 실수 실수의분류 이항연산 닫혀있다 실수의성질 절댓값 부등식성질
- 합성함수 역함수
- 순열 원순열 중복순열 조합 중복조합
- 근과 계수와의 관계 근의 부호
- 유리함수 점근선 분수함수
- 서울과고 경기과고 한국과학영재학교 대전과고 대구과고 광주과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 연립방정식 부정방정식
- 일차방정식 이차방정식 N차방정식 실계수이차방정식 유리계수이차방정식
- 애플워치8
- 나머지 정리 인수정리 조립제법
- 이차함수의 최대최소 산술평균 기하평균
- 인수분해 복잡한 식의 인수분해 복이차식 인수분해 문자2개이상인수분해
- 도형의자취 평행이동 대칭이동
- 서울과고 경기과고 한과영 대전과고 대구과고 광주과고 세종과예영 인천과예영
- 무리함수그래프
- 일차함수그래프 이차함수그래프 절댓값그래프
- 원의방정식 접선의길이
- 집합의연산법칙 합집합 교집합 여집합 차집합 서로소
- 집합 원소 진부분집합
Archives
- Today
- Total
Math Family(천샘의 기하누설)
지식인의 서재(해양수산과학자 황선도)[출처] 지식인의 서재(해양수산과학자 황선도) 본문
반응형
해양수산과학자 황선도
물고기 이야기꾼 해양수산과학자 황선도
목차
마징가Z를 찾던 소년, 해양학도가 되다!
바다와의 첫 대면
대체 해양학이 뭐 길래
마이너 과학자가 물고기의 사주팔자를 보기까지
물고기 이야기꾼이 된 이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과학적 사고
황선도 해양수산과학자가 추천하는 책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시즌 2 '전문가&책'에서는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직업인을 만나 그들의 삶과 직업 이야기 그리고 직업과 관련된 추천책을 들어봅니다.
처음엔 그저 말주변이 좋은 ‘물고기 박사’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재치 넘치는 그의 말속엔 마치 자유로이 유영하는 어류의 척추처럼 단단한 뼈대가 있었다. 지난 30년간 우리 바다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끊임없이 연구해온 그였기에 그가 말하는 어떤 이야기도 결코 가볍게 흘려 들을 수가 없었다. 황선도 해양수산과학자를 만나 그가 이 길을 걷게 된 사연과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황선도 | 해양수산과학자
소속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 생태복원실장
경력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
연재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內 ‘생생 수산물 이야기’
출간도서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마징가Z를 찾던 소년, 해양학도가 되다!
어렸을 땐 범생이였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진 공부도 곧잘 했고요. 그런데도 어린 나이 치고 인생이 특별히 신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우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형만 다섯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웃음) 형들이 딱히 괴롭힌 것도 없는데 말이에요. 성격이 소심하고 아기자기한 편이었는데, 그런 잔정이 그리웠나 봐요. 그래서 어린 시절 꿈은 누나 하나 있는 거였죠. 취미는 그림 그리는 거였는데 사생대회에 나가면 상은 곧잘 받았던 것 같아요. 최우수상은 못 받아도 입선이나 특선은 꼭 받았죠. 고등학교 가서도 미술반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요. 대학생활 내내 화실에 나가 취미로 동양화를 그렸어요. 그때 공부하라고 내몬 미술반 선배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화가가 되었을라나. (웃음)
학창시절에 시간만 나면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 실컷 보는 게 당시 제 인생의 가장 큰 낙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철인28호와 마징가Z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가만 보니 사람들이 별 것 아닌 그림을 막 만화방에 돈까지 주면서 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막 공책에 마징가Z나 아톰 같은 걸 그럴싸하게 그려서 2원씩 받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그랬어요. 그러다 아톰에 나오는 박사님, 그분이 참 멋있어서 형들에게 물어봤어요. 그 박사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그랬더니 형들이 우주과학을 공부하면 된다고. 미국에 나사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가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뭘 전공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천문학을 공부하면 된대요. 당시에 인터넷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관련 학과를 찾았어요. 서울 유수 대학 두 곳에 천문학과가 있더라고요. 두 학교를 목표로 공부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중압감은 커지고 성적은 계속 내려갔죠. 결국 못 갔고요. (웃음) 그러자 담임선생님께서 제가 살던 지역 대학의 해양학과를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하셨어요.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인데 해양산업의 가능성이란 얼마나 무궁무진하냐고. 그러니까 30년 전에도 우리는 해양산업에 대해서 지금과 똑같은 생각을 했던 거예요. (웃음)
바다와의 첫 대면
어찌됐건 담임 선생님이 추천한 대학에 입학했고 1학년 때는 지구과학계열 학부 소속이었죠. 어느 날 캠퍼스 낭만을 즐겨보겠다고 친구들이랑 도란도란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는데 이런 얘기가 나왔어요. 야 우리 다 해양학과 다닐 건데 다들 바다에 가 본 적은 있겠지? 그런데 아무도 대답을 못하는 거예요. 저를 포함해 함께 술을 마시던 네 친구 중 어느 누구도 실제로 바다에 가본 적이 없었던 거죠. 전부 도시 촌놈이었던 거예요.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마음이 들어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다 함께 바다로 떠났어요. 처음 간 곳이 저기 보이는 안면도예요.
각자 7천원씩 걷었는데 지금으로 치면 각자 10만원 정도 들고 떠난 거예요. 무전 여행 식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며 바다를 구경했어요. 그때 처음 갯벌에도 들어가봤고요. 배가 고프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 밭일을 거들어가며 밥도 얻어먹고 생라면도 부셔먹었어요. 당시 바다는 지금과 많이 달랐어요. 팬션이나 커피숍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부들이 사는 어촌이었죠. 그래서 아, 바다는 시골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때만 해도 ‘젊은이는 도시로 나가야 하는데 이런 촌에서 뭘 어떡하지’ 하고 고민했을 때니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랬다고 실제로 보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요즘 고등학생들도 당시의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고등학교 1학년 즈음 본인의 진로에 대해 어느 정도 큰 결정을 내렸다면 꼭 관련 학과 사무실에 가서 조교를 만나봤으면 좋겠어요. 그럼 조교는 이미 자기 전공에 질릴 대로 질려 이 학과 전공을 꼭 해야겠느냐고 오지 말라고 할 거예요. 그럼에도 꼭 그 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면 그것이 직업과 연결이 될 것 같다면 꼭 그와 관련해 실재하는 것들을 눈으로 봐야 해요. 그래야 실패할 확률이 적죠.
방학 때 바다를 실제로 들여다본 뒤론 학과 공부도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학부 때 어류학 실험실이라는 곳에 들어갔고 교수님을 도와드리며 도재식 교육을 받기 시작했죠. 해양 어류학이라는 게 그런 거예요. 실제로 그물을 끌고 바다에 있는 물고기를 채집해 와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정보를 구하고 연구하는. 해양학과에서는 크게 해양물리와 해양화학, 해양지질 그리고 해양생물을 배워요. 제가 공부한 해양생물의 경우, 바닥에 사는 저서생물, 플랑크톤 같은 부유생물, 물고기와 같은 유영생물 중 하나를 배울 수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유영 생물에 속하는 어류학을 공부했고요.
제가 당시에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책은 바로 전공책이었는데요. 원서로 돼있어서 한 페이지 읽는데 꼬박 한나절이 걸렸어요. Keith S. Stowe가 저술한 <OCEAN SCIENCE>라는 책인데 가령 바닷물은 왜 파랗고 바다 아래 땅은 어떤 형대로 이뤄져 있는지 같은 기본적인 해양학 이론을 담고 있죠. 제가 처음으로 완독한 책인 만큼 아직도 책장 한쪽에 간직하고 있어요. 책 여백에 당시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내용을 요약해뒀던 게 그대로 남아있죠. 지금은 너무 오래돼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도 찾을 수가 없는데 혹시라도 헌 책방에서라도 이 책을 발견한다면 한번쯤 펼쳐보길 바라요.
대체 해양학이 뭐 길래
저 또한 그랬지만 아직도 해양학과를 졸업하면 뱃사람이 되는 줄 아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해양학과 수산학, 항해학이 실은 모두 달라요. 먼저, 해양학이란 바닷물의 성분, 해류나 조류의 흐름, 바닥에 있는 흙이나 바다 속에 사는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그와 달리 수산학은 바다에서 생산한 것들로 어떻게 경제적 이득을 취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학문의 목적이라 할 수 있죠. 즉 해양은 기본 토대고, 수산은 생산물인 거예요. 그러니 해양학과 수산학은 떼려야 뗄 수 없고 저는 두 가지를 함께 공부할 수밖에 없어요. 그 덕분에 해양수산학자가 됐고요. 한편, 항해학과 어로학을 공부하면 배를 어떻게 운전하고 고치며, 어떻게 해야 물고기를 잘 잡는지를 배울 수 있어요.
해양학과에서 열심히 대학생활을 했던 제게 첫 위기가 찾아왔어요. 졸업 시즌이 다가온 거죠. 당시엔 사회적 분위기상 전공과 상관없이 웬만한 기업에 취직이 되는 분위기였어요.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요. 제 고민은 도무지 전공을 살릴 길이 없다는 거였어요. 사실 해양학이란 굉장히 범주가 큰 학문이에요. 해양학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생물, 물리, 화학, 지질과 같은 기초 과학을 다 공부해야 하죠. 악바리처럼 수학과 통계까지 배워서 드디어 해양학을 배웠는데 전공을 살릴 수가 없다니! 당황스러웠죠.
고민에 빠져 있는데 교수님이 학문에 매진하려면 공부를 해야지 무슨 취직이냐고 대학원에 가보라고 하셨어요. 문제는 그때까지도 제가 바다나 해양학을 그렇게 재미있게 느꼈던 건 아니라는 거예요. 지금 와서 보면 해양학은 너무 큰 학문인 거죠. 그러니 대학 4년은 기초과학만 열심히 해도 모자라요. 더불어 기상학과 지구과학 등 지구 전체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달과 태양의 인력 때문에 밀물과 썰물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걸 알게 되죠. 그걸 알아야만 해양학에 입문할 준비가 된 셈인데 결과적으로 석사나 박사 과정이 돼서야 세부 전공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바로 이런 방대한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해양 학도들은 주로 전공을 포기하고 전공과는 무관한 취직 공부를 했던 거죠! (웃음)
교직 이수 과목을 들으며 잠시나마 선생님이 될까도 생각했지만 이왕 하는 거 대학생을 가르치는 게 더 폼 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에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정말 대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무려 대학원을 떨어진 거예요. 한 학기 재수를 하고 연세대 교육대학원으로 입학했어요. 그런데 교육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하는 수없이 재수까지 해서 들어간 대학원은 그만두고 다음 해에 제가 졸업한 대학교의 해양학과 석사과정으로 재입학을 했어요.
마이너 과학자가 물고기의 사주팔자를 보기까지
석사 과정 논문 주제를 ‘흰베도라치 초기생활사’로 잡았는데 정말 그와 관련한 연구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어요. 덕분에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맨땅에 헤딩을 하는 좋은 경험을 했죠. 지금 생각하면 악다구니로 공부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당시만 해도 ‘내가 학자다’ 하는 어떤 명예관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한 시절이었어요. 같은 학문을 하는 학생끼리는 다른 학교 대학생들이나 교수들 간에도 어떤 동지애를 갖고 함께 체육대회를 하거나 현장조사도 나갔을 정도로요. 이후 그 사람들과 연구소에서 만났고 해양학을 공부하며 바다는 경계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죠.
어쨌거나 ‘흰베도라치 초기생활사’라는 논문을 쓴 덕에 물고기의 사주팔자를 볼 수 있게 됐어요. 고래와 같은 포유류나 상어 같은 연골 어류를 제외한, 단단한 뼈가 있는 경골 어류. 그 어류들의 귀 안에는 이석이라는 귓돌이 있는데요. 점보다 작은 이것을 뽑아 연마하고 고배율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나무를 잘랐을 때 보이는 나이테와 같은 것이 보여요. 이게 작게는 하루에 하나, 크게는 1년에 하나씩 생기죠. 그 속에서 조석의 주기 즉 하루 6시간 간격으로 변화하는 밀물과 썰물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어요. 이 나이테를 역추산하면 태어난 지 며칠이나 됐고, 산란장이 어디였는지 물고기의 생활사를 유추할 수 있죠. 사람도 사주를 보려면 생년월시를 알아야 하잖아요?
석사를 마치고 군대에 다녀와서 막 유학 준비를 하려는데 갑자기 지도 교수님이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박사 과정 개설도 안된 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하자고 하시는 통에 1년을 기다려서 박사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을 듣는데 조교가 급한 일이라며 강의실로 뛰어들어왔어요. 국립수산진흥원에서 연구원을 뽑는다는 공문이 왔던 거죠. 수업 땡땡이 치고 서울 한번 가보자 싶어서 제가 한번 해보겠다고 지원했는데 결과는 합격이었어요. 그렇게 입사해서 지역에 있는 포항수산연구소로 첫 발령이 났죠. 이후 부산 기장에 있는 국립수산진흥원 본원으로 옮겼고 학교와 연구소를 오가며 일과 연구를 병행하느라 박사 마치는 데만 8년이 걸렸죠.
이후 캐나다 연구소로 가 1년 정도 박사 후 과정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더니 제대로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굳게 들더라고요. 외국 저널에 논문도 내고 국제학회를 통해 연구도 교류하며 지냈어요. 바다는 국경이 없는 거니까. 동경대 친구들과 함께 조사선을 타고 태평양을 누비며 뱀장어 조사도 하고 미국 친구들이랑은 고등어 연구도 같이 했어요. 그러다가 연구 활동에 매진하기 위해선 연구소보다 대학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지원했지만 저를 교수로 받아주는 곳은 없었어요. 본래도 해양학에서 어류학은 마이너였는데, 사실상 출신성분이 다른 수산학에도 끼지 못하는 실정이 됐고. 제 입지는 마이너 오브 마이너가 된 거죠. (웃음)
물고기 이야기꾼이 된 이유
지금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조금 갑갑한 마음이 있죠. 젊은 세대들이 선진 지식으로 저를 밀어내야 하는데 아직도 이렇게 버티고 있으니. 그게 우리 학문이 쇠퇴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제가 공부하던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니 해양학이 전도유망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죠. 인간과 정책을 함께 보지 않으니까요. 그게 제가 30년째 비주류 과학자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동안 바다는 사람들의 생활과 점점 더 멀어졌어요.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해보죠. 바다의 본질적 수요자가 누굴까요? 그건 바로 국민이에요. 공급자와 돈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란 뜻이죠. 바다를 둘러싼 고층 건물과 유흥가를 보세요. 이제 바닷가에 남은 거라곤 모텔과 횟집 밖에 없어요. 술과 유흥만이 이곳, 바다에 남아있는 거예요.
그래서 과학을 대중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제가 해양수산과학자이면서 대중과의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케이터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 이유예요. 지난 7년 동안 공단생활을 하면서 발령에 의해 8번 전국 바다를 떠돌았어요. 해양수산과학자로 사는 동안 총 16번 거처를 옮겼죠. 그런데 매번 이렇게 주변인의 삶을 살다 보니 동해에 가든 남해에 가든 서해에 가든 각 지역민들 모두 제 친구가 돼있더라고요. 이제 동서남해 어민들은 다 저를 위한 지역 정보원이 됐어요. 살아 있는 정보통이 생긴 거죠. 그 힘으로 한 신문사에 물고기를 주제로 한 칼럼도 쓰기 시작했고 대중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의 저서도 발간했죠.
술 마시다 보면 꼭 친구들이 물어봅니다. 지금 먹고 있는 이 생선회가 어떤 물고기냐고. 솔직히 술도 취했고 껍질도 다 벗겨놨기 때문에 속살만 가지고 판단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명색이 물고기 박사씩이나 돼서는 모른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물고기인지 알아맞힌 뒤 온갖 이야기를 풀기 시작해요. 그러면서 물고기 이야기꾼이 됐죠. 세상 모든 것들은 인간의 이야기와 결합하고 글이 될 때 비로소 문화가 되는 법이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과학적 사고
최근 들어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적어도 해양수산문화만큼은 더욱 후진국이 돼가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제가 스무 살 때 친구들과 처음 안면도에 갔던 그 시절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어요. 바다는 자연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었죠. 급격한 현대화와 개발로 인해 우리나라는 해양수산 후진국이 돼가고 있어요. 바다 안에 사는 자원은 고갈되고 바다 주변은 쓰레기와 이권다툼뿐이죠.
적어도 노부부가 숄을 걸치고 바닷가 벤치에 앉아 지는 석양을 바라볼 여유와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그와 같은 것들을 즐길 수 있을 때 우리나라도 해양수산문화의 선진국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거예요. 바다를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과잉 개발된 부분들을 걷어내는 게 우선이고, 막힌 게 있으면 뚫어야죠. 재자연화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간척한 걸 복원하는 역간척 사업을 하며 막힌 하구는 꿇어야죠. 뚫어야 소통이 되는데 우리는 자꾸 막고 있잖아요. 고립되면 썩는 건 만사의 진리죠.
그러니까 바다는 살려야만 하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나와 함께 학문에 정진해보자고 권유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에요. 앞서 말씀 드렸듯 해야 할 공부가 정말 방대하고 최소한 석사, 박사를 마친 뒤 연구원이나 교수 등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 직장이 생기는 건데 말 그대로 앞길이 잘 보이지 않죠. 그런데도 이 분야가 정말로 흥미롭다고 생각된다면, 꼭 한번 제대로 연구해보고 싶다면 공부해보길 권하는 바예요. 논문을 꾸준히 쓰면서 대중과 소통해나가는 것도 재미있어요. (웃음)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요. 과학자를 꿈꾼다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끊임없이 의심해봤으면 좋겠어요. 가령 라디오가 나오다가 갑자기 안 나왔을 때 그러다 다시 소리가 나는데도 왜 그랬을까 하면서 그 라디오를 뜯어볼 수 있어야 과학자가 되는 거예요. 따라서 과학은 언제나 실패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값진 결과를 얻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과학은 어떤가요? 너무 성공주의에 빠져있는 건 아닐까요? 과학의 대중화를 통해 젊은이들이 얻을 수 있는 게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길 바라요. 그것이 어긋난 세상을 합리적 의심으로 바로 보고, 바꿀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출처] 지식인의 서재(해양수산과학자 황선도)
반응형
'인물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제학자 장하준의 서재 (0) | 2021.05.29 |
---|---|
시골의사 박경철의 서재 (0) | 2021.05.29 |
인문교양 3. 티탄족 (0) | 2021.05.28 |
물리산책 (블록체인) (0) | 2021.05.27 |
지식인의 서재 소설가 한강 (0) | 2021.05.27 |
Comments